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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오전 9:51:41 입력 뉴스 > 예천인터넷뉴스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제31화] '나루터 주막'



출생 비밀을 알게 된 윤덕, 어미·아비를 원수 보듯 대하더니 유부남과 야반도주까지 하는데30여 년 전, 심덕 어미가 딸 하나만 낳고 단산을 하게 되자 심덕 아비가 어디 가서 바람을 피워 핏덩어리 딸을 안고 집에 들어왔다. 그때 심덕이는 일곱 살이었다.

 

 

심덕 어미는 무던한 사람이었다. 자기 배 속에서 나오지 않은 자식 윤덕이를 안고 이 동네 저 동네 젖동냥을 다녔다. 젖을 뗄 즈음부터는 심덕이가 배다른 여동생을 업고 다녔다.

 

심덕 어미는 윤덕이가 불쌍하다고 떡 하나가 생겨도 심덕이를 제쳐놓고 윤덕이에게 줬고 철 따라 고운 옷을 윤덕이에게 입혔다. 동네 사람들이 입이 마르도록 심덕 어미 칭찬을 했다. 심덕이도 윤덕이가 떼를 써도 다 받아 주며 귀여워했다. 심덕이가 시집갈 때 윤덕이를 안고 그렇게 울었다.

 

윤덕이가 열서너 살이 됐을 때 우물가 여편네들의 자발없는 입방아에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고 나서는 심덕 어미와 심덕 아비를 원수 보듯이 대했다. 그러더니 유부남인 이 진사 셋째 아들과 야반도주를 해버렸다. 심덕 어미가 백방으로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그로부터 십오육 년의 세월이 흘렀다. 심덕이의 신랑은 벌써 세상을 떴고 심덕 어미도 죽고 심덕 아비는 중풍으로 몇 년째 누워 있고 심덕이의 자식들은 바글바글 배를 곯고 있었다. 그때 윤덕이가 나타났다. 강가 나루터에 객방이 여럿인 번듯한 주막을 지어서 주모가 된 것이다. 어디서 무엇을 해서 돈을 벌었는지 신수가 훤했다.

 

심덕이가 찾아갔지만 윤덕이는 쌀쌀했다. 쓰러져 누워 있는 아버지는 윤덕이에게도 친아버지인데 약값을 좀 달라 하니 장리로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심덕이는 우선 백 냥을 빌려 여기저기 외상을 갚고 급한 불을 껐다. 윤덕이는 심덕이의 열다섯 살 맏딸 송죽이를 데려가 부엌데기로 부려먹었다.

 

동지섣달이 되자 윤덕이는 심덕이네 집에 와 중풍으로 누워 있는 제 아비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자신을 업어 키운 제 언니 심덕이에게 삿대질을 했다. 원금 백 냥에 장리 이자 오십 냥을 더해 백오십 냥을 갚으라고 난리를 치고 갔다. 주막으로 돌아가서는 부지깽이로 제 조카인 송죽이의 등줄기를 후려쳐 화풀이를 했다. 버젓이 송죽이라는 이름이 있건만 항상 이년 저년 망할 년이다. 송죽이의 눈에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나루터 주막은 불같이 장사가 잘됐다. 돈에 환장한 주모 윤덕이는 방도 팔고 국밥도 팔고 술도 팔고 너비아니도 팔고 비싼 해웃값을 받고 제 몸도 팔았다. 과거에 낙방하고 고향집에 내려갈 면목이 없다며 보름째 나루터 주막에 머물고 있는 부잣집 아들 백면서생이 툭 하면 송죽이를 앉혀놓고 신세타령을 하다가 어느 날 술을 잔뜩 마시고는 주모에게 기도 막히지 않는 제안을 했다. 전대를 풀어 돈주머니를 주모 윤덕이에게 밀면서 말했다.

 

"이것은 해웃값이요." 주머니를 열어보니 오십 냥이 들어 있었다. 해웃값으로 다섯냥씩 받는 윤덕이가 그 열배인 오십 냥을 받았으니 입이 벌어졌다. 백면서생이 하는 말, "주모가 아니고 숫처녀 송죽이요." 윤덕이가 실망의 한숨을 쉬었지만 오십 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윤덕이는 부엌에서 송죽이를 목간시켜 선비 방에 밀어 넣었다.

 

이튿날 아침, 송죽이가 옷매무시를 고치며 태연하게 선비 방에서 나와 안방으로 들어왔다. 입을 꽉 다문 채 고개를 바짝 쳐들고 윤덕이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모, 해웃값 천 냥 내놓으세요!" ", , 이년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이년이 실성을 했구나." 송죽이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주모, 내 이름은 이년 저년이 아니오." 윤덕이가 송죽이의 머리채를 뜯으려고 달려들었다가 송죽이가 밀치자 벌러덩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결국 사또 앞에 서게 됐다. 송죽이의 언변이 그렇게 유창 한 줄 아무도 몰랐다. 그 옛날 집안 내력까지 다 듣고 사또가 윤덕이에게 물었다. "해웃값으로 얼마를 받았는고?" "나리, 오십 냥을 받았습니다. 오십 냥! 저 선비에게 물어 보세요." 증인으로 따라온 선비에게 사또가 물었다.

 

"해웃값으로 얼마를 주모에게 주었는고?" "분명히 천 냥을 줬습니다." 윤덕이가 펄펄 뛰었지만 고작 곤장 다섯대째 에 흐느끼며 말했다. ", , 천 냥을 갚겠습니다요." 윤덕이가 볼기짝에 피를 흘리며 복덕방에 가서 주막을 천 냥에 내놨다. 사또의 명을 받은 이방의 주선으로 나루터 주막은 송죽이에게 통째로 넘어갔다. 선비가 고향집으로 떠나며 송죽이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조주청(45년생) 작가는 안동시에서 출생.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안동에서 호텔을 운영하다가 1981년 조선일보의 레저잡지 월간 산에 독자만화 투고를 통해 만화가로 데뷔하였습니다. 풍자적이고 익살스런 그림체가 인상적이며 월간조선에 경제만평을 연재.

정차모 기자(jcm54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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